내 뜻대로 모두 잘 되면 얼마나 좋겠어,
지난주 월요일에 세차를 했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었고, 오랜만에 기분 전환이 필요했던 까닭이었다. 깨끗해진 차를 보니, 고민거리 많던 내 마음도 한결 깔끔해진 것 같았다. 바로 다음날, 강의 수강을 마치고 진로상담을 하던 도중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천이 시작되었다. 부랴부랴 나가보니 전일에 세차를 했던 흔적이 남아있지도 않은 채, 차 전체가 구정물로 뒤덮여 있었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지
내가 바라던 바로 모든 일들이 잘 이뤄진다면 누구나 더할 나위가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윤택한 내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치있는 인생 아닐까? 당장 내 눈앞에 쳐해진 상황에 좌절하고 무너지지 말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더 가치있는 행위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엎친데 덮친격
금년은 나에게 있어 너무 힘든 한 해였기 때문에, 더더욱이 이런 생각을 진중하게 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정말 일이 풀리지 않으려면, 끝까지 안 풀린다고들 하던데― 연말 회고록에서 좀 더 깊이있게 털어둘 주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3월 부친의 코로나 감염을 시작으로, 조모님께서 별세하시고, 내가 교통사고 피해를 입고, 모친께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동생은 건강상의 큰 문제가 생겨 대수술을 받았다. 더군다나 '나는 괜찮아' 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늦이막이 코로나 감염까지 되어 버렸다. 대학교의 한 학기당 보통 15주동안 강의를 듣는다고 보면 되는데, 난 금년 1학기를 반절 이상 결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신 교수님들 덕분에 출석인정과 재시험 기회를 얻어 학점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재시험을 허용하지 않은 한 과목의 경우 D+ 이라는 최악의 성적까지 받아 4.39로 유지하는 학점이 3.97로 곤두박질 치게 되어 버렸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강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 건 덤으로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무교이지만, 이럴 때 만큼은 괜히 하나님도 원망해 보고, 내 인생도 원망을 하기 시작하며 절망의 늪으로 빠져버릴 뻔 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가족들이 경황이 없다면, 장남인 내가 책임지고 가족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2,100만원의 피해를 입을 뻔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100만원의 피해로 확 줄긴 했으니 다행인건가, 싶기도 하다. 언제까지 우울감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내가 처해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올바른 대응을 빠르게 시도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내 일이고, 우리 일이면, 언제까지 남한테 기대며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릴 순 없는 것이다. 평소 우리 삶도 동일하지 않을까? 내 뜻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은 없다. 한동안 유행했던 MBTI의 유명한 '계획파' J 인 나로서는,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고 틀어지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입는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다른 좋은 방안을 찾아 나서야 비로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화 될 것이고, 나중에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한켠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동시에 이는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무계획도 계획처럼, 탄탄하게
전혀 계획한 적 없었던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알맞은 대처 방안을 모색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舊 계획을 들고 있어봤자 미련만 남고, 쓸모도 없다. 새로운 대처 방안을 모색했다면, 성급하게 판단해 나온 결과물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깊이있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을 구동해 보면서, 평소보다 진중한 태도로 임해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연속된 선택의 길에서, 올바른 길을 결정해 모험을 시작하는 건 모험가, 즉 내 인생을 살아가는 나 자신의 몫이지 않을까.